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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저 2만 리>는 프랑스 착가 쥘 베른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고전, 명작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저는 어릴 때 이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 쥘 베른이라는 사람도 처음 알게 되었고요. 책 두께를 보니까 제가 어릴 때 읽을 엄두를 못 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초등학생 큰 아이가 이 책에 푹 빠져서 있길래, 저도 호기심에 살짝 책장을 펼쳤는데, 그 자리에서 3시간 동안 읽게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스토리 자체의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요. 해양과학, 지리학 등 각종 과학 지식으로 제 뇌의 뉴런을 마구 잡아당기더군요. 

<해저 2만리> 저자: 쥘 베른 (1870년 作)

 

 

그런데 이 소설이 1870년에 발간된 소설입니다. 아직 지구 상에 잠수함이 존재하기 전이죠. 잠수함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잠수함을 타고 전 세계의 바다를 누비는 이야기라니요. 심지어 이 잠수함은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 잠수함'입니다. 바닷물에 풍부한 염화나트륨을 활용한  '나트륨 축전지' 를 장착한 전기 잠수함이래요.  전기 잠수함, 나트륨 전지 모두 지금 현시점에 차세대 기술로 한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그것들을 150여 년 전에 상상해서 그 작동 원리 등을 아주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묘사하였습니다. 이 정도면 시간 여행자 아닌가요?

 

소금으로 2차전지 소재 활용 가능성 확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소금 성분인 염화나트륨(NaCl)을 나트륨이온 이차전지 전극 소재로 쓸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나트륨이온전지는 현재 '차세대 전지 후보' 중 하나로 연구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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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을 단순히 상상력이 뛰어나다 정도로 평가하는 것은 부족합니다. 상상력을 넘어서서 과학적인 이론과 논리가 탄탄하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연구와 조사를 정말 열심히 한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정말 미래에 잠깐 다녀왔던지요. SF 소설의 아버지라는 그의 닉네임이 하나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4명만 기억하시면 돼요. 아로낙스 박사, 콩세유, 네드랜드, 네모선장. 이렇게 4명의 인물이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그리고 문제의 그 전기 잠수함 이름이 '노틸러스호' 입니다. 물론 네모선장이 노틸러스호의 제작자이자 주인입니다. 

 

아로낙스 박사는 프랑스 자연사 박물관 소속으로 세계적인 해저 연구 전문가입니다. 콩세유는 아로낙스 박사의 하인이자 조수, 보디가드 같은 인물이고요. 전 세계 곳곳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선박들이 좌초하는 현상들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 원인이 바다에 사는 크라켄 같은 대형 괴생물체라는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아로낙스 박사가 커다란 뿔이 달린 대형 '일각고래' 일 것이라는 칼럼을 신문에 게재하게 되죠. 이 일을 계기로 아로낙스 박사는 미국 해군이 주축이 된 탐사선에 탑승하게 됩니다. 그의 하인인 '콩세유'도 동행을 하게 되고요. 일각고래 사냥 프로젝트에는 일명 작살잡이(고래 전문 사냥꾼) 고수인 네드랜드도 참여합니다.

그러나 그 탐사선은 그들이 일각고래라 믿었던 잠수함 노틸러스호의 공격으로 좌초하게 됩니다. 그 괴생물체는 바로 강철로 만들어진 전기 잠수함이었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아로낙스, 콩세유, 네드랜드 3명은 노틸러스호 잠수함 안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노틸러스호의 주인, 네모선장은 육지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직접 최첨단의 잠수함을 만들어 바닷속 세상에서 살아가는 미스터리 한 인물입니다. 그는 의식주를 모두 바다를 통해 해결합니다.  바다 생물들을 이용한 다양한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들도 흥미롭더라고요. 

평생을 해저 생태계를 연구해온 아로낙스 박사가 두 눈으로 직접 바닷속에서 다양한 해양 생물들을 보았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 까요? 한마디로 정신을 못 차리고 완전히 매료되어 버리죠. 그리고 그는 이 엄청난 과학적 결과물을 이루어낸 네모 선장에 대해서도 경외감과 동시에 호기심을 갖게 됩니다. 이후 10개월 동안 아로낙스 박사 일행은  잠수함에 머물면서 전 세계의 바닷속을 여행하며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해양생물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보면서, 저는 쥘 베른이야 말로 잠수함을 타고 바닷속을 보고 온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니 직접 봤어도 저렇게 리얼하게 표현을 못할 것 같아요.  그가 이 소설을 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하고, 고증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였을까요?

 

거친 바다 밑에서 펼쳐지는 모험들 속에서도 인간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스터리 한 인물 네모 선장은 육지 세상, 인간 사회를 증오하면서도 동료들의 죽음에는 한 없이 아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콩세유와 네드랜드의 에피소드들도 양념처럼 미소 짓게 하고요. <해저 2만리>에는 과학적 상상력과 더불어 철학과 역사가 어우러진 정말 멋진 바닷속 여행기입니다.

이 소설이 괜히 어린이, 청소년 필독서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어린이뿐만 아니라 다 커버린 어른이의 상상력마저 마구마구 자극하는 정말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같이 보시면 더욱 좋아요. 

 

미지의 자연을 향해 떠나는 인간의 여행과 모험 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어 감동과 재미를 선사합니다. 앞으로 150년 뒤에 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 같습니다. 그들이 지금과 같은 인간성을 유지하고 있는 인간이라면요.

 

아직 <해저 2만리>를 안 읽어 보신 분이나, 기억이 가물가물 하신 분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려요. 

 

"세월이 지나면 사람들은 모험과 바다에 대한 사랑이 내 작품을 이끌어 왔음 알게 될 것이다. -쥘 베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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